쉬어매드니스, 연극의 동시성과 양방향성이 갖는 매력 생각의 고고학

http://www.shearmadness.co.kr/


일요일 저녁, 오랜만에 대학로에 들려 연극, '쉬어매드니스'를 보았습니다.
아마 3년 전인가, 그 때에도 보고 싶었다가 이런 저런 일로 잊고 있었는데
거의 3년이 지난 지금도 연극을 상영하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연극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요일 저녁인데도 자리가 모두 찬 상태였구요.
참고로 미국에서는 가장 오래 공연한 연극으로 기네스에 올랐다고 하네요.


'코믹추리극'이라는 장르의 이 연극은 특이하게도 관객이 증인이자 배심원이 되어 작품에 개입합니다.
중간까지 사건이 펼쳐지고 관객의 추리와 투표로 범인을 결정하는 방식이지요.


연극 자체의 내용은 코믹 + 추리극 답게 웃기기도 하고 긴장감이 흐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특히 애드립이 굉장히 뛰어나서 연기를 보는 것도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연극이 끝난 뒤 재밌기도, 무섭기도 한 연극의 스토리 보다는 
연극이라는 매체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산(연기)과 소비(관람)의 동시성을 갖는 연극

이 연극은 연극이 갖는 동시성을 굉장히 똑똑하게 이용합니다.
한번 제작되고 편집을 마치면 전 세계로 배포되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스토리라인에 따라 공연할 때마다 새로운 컨텐츠가 제작됩니다.


연극은 이렇게 제작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극 한편 한편의 고유성과 생동감을 갖게 되지요.


조금의 오차들과 애드리브가 허용되는 오늘만 볼 수 있는 연기,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면서 생동감있는 컨텐츠들.
이 때문에 연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본 쉬어매드니스는 특히 연극의 동시성을 활용하여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는 양방향성을 작품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동시성과 양방향성, 몰입의 요소

동시성과 양뱡향성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게임입니다.


TV나 영화는 제 3자로써 안방에 앉아 남의 불난 집을 마음껏 지켜볼 수 있는
'시선의 권력'이 사람들에게 시청하는 유인을 제공한다면
게임은 자신이 직접 어떤 집을 만들지 게임의 세상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오는
'손위의 권력'을 실현하는 쾌감이 있습니다.


특히나 온라인 게임 같은 경우는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Timeline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매분 ,매초마다 몰입하지 않으면 '권력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지요.

<리지니의 공성전 장면. 권력을 지키는자와 권력을 빼았는 자의 이야기>

이 쉬어매드니스라는 연극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마치 TV 프로그램을 보듯이 현장에서 제 3자가 되어 지켜보지만
중반부터는 증인의 자격으로 연극에 참여하게 됩니다.


증인으로서 올바른 범인을 체포하여 증인으로서의 '권력'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연극에서 매 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용의자들의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를 순간순간마다 다른 관객들과 함께 생각하고 의심(동시성)해 본 뒤, 
직접 무대 위의 범인을 지명하는 과정(양방향성)에서
연극에 대한 굉장한 몰입이 이루어집니다.


이 때문에 이 연극이 끝나면 마치 게임을 끝내고 났을 때
느끼는 몰입 후의 피곤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몰입할 때 나오는 즐거움이 굉장히 크지요.



연극의 미래, 게임과 영화의 줄다리기

홰외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연극이 영화, 그리고 뮤지컬이라는 대체제에 밀려
여가시간의 점유율이 많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연극을 보기보다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지요.


"아마존을 이기기 위해서는 아마존처럼 해선 안된다,"


라는 출처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연극에 대입해 보면 


"영화를 이기기 위해서는 영화처럼 해선 안된다"


라는 말이 되겠지요.


연극은 영화의 스케일은 따라가지 않지만
주어진 시간에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와 스토리텔링에서 나오는 긴장감은 연극과 영화가 유사합니다.
하지만 연극에서 오는 생동감은 이제 3D영화가 나오면서 많이 퇴색된 것 같네요.


그렇다면 연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스토리텔링의 완성도와 배우의 연기력에 의존하여 영화를 따라잡기 보다는
영화는 가질 수 없지만 연극은 가질 수 있는 USP(Unique Selling Point)인 동시성과 양방향성을 활용하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영화 추적(Sleuth). 원작은 연극이었지만 영화 역시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연기를 보여준다>

연극의 대체제는 영화가 아니라 게임으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죠.
(물론 넓은 의미에서 보면 영화의 대체제가 게임이긴 합니다.)



TV, 게임, 연극

요즘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이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퍼스터K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갖는 "열외의 만족감"도 인기의 한 요소이지만
(열외의 만족감 : 100%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동물의 왕국을 보며 느끼는 마음. 
나는 저 TV안에 있지 않아 얼마나 행복한가!) 

<사자와 얼룩말이 나오지 않으면 동물의 왕국이라 할 수 없다. 열외의 만족감이 가장 극대화 되는 장면>

관객이 문자 메시지 방식으로 슈퍼스타를 직접 뽑는다는 점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굉장한 몰입, 그리고 권력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이렇게 큰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방송이라는 특성까지 있으니 앞서 말한 동시성과 양뱡향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요.


TV와 연극은 결국 게임을 향해 조금씩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게임이 갖는 동시성과 양방향성이 아마도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다른 매체로 더 이상 자극을 줄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TV, 게임, 연극, 영화, 만화, 신문, 라디오.


이 각각의 매체가 진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그 진화의 과정에서 진입할 수 있는 틈을 찾는 것은 비즈니스맨의 역할이겠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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