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의 Illusion - 기술, 구조, 스타일, 발상에 대하여 일상의 소소한 모험

얼마 전 시간을 내어 이은결의 일루젼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 대학교에서 마술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었는데 이은결이라는 사람이 당시 마술을 대중화하지 못하였다면 그 당시의 인연들, 추억들이 이렇게 까지 남아있을 수 없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이은결은 특별한 존재라 할 수 있지요.

특히 저는 당시 카드 매니플레이션을 담당(이라기 보다는 아무도 하지 않아서)했었는데 이은결씨의 2분짜리 짧은 매니플레이션 동영상이 아니었다면 당시 공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은결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

포스팅에서는 이번에 관람한 이은결 일루젼 공연의 기술과 구조, 작풍 그리고 발상 및 목적에 따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기술

마술에서 기술이라고 할 때 클로즈업이라면 일종의 카드 스턴트 류를, 스테이지 마술 중에서는 매니플레이션을 일반적으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고 봅니다.

이은결은 FISM(마술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일종의 마술올림픽) 에서 매니플레이션(특히 카드)을 선보이며 2위로 입상한 실적이 있습니다. (제너럴 매직은 1위) 아래가 그 동영상인데,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기술적인 측면은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카드스타와 같은 기술은 이은결씨가 직접 발전시킨 기술로 알고 있는데 이 대회의 동영상은 정말 충격적이었었죠. 이렇게 매끄러운 Flow에 이 속도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으니까요.

<이은결의 FISM ACT. 놀라운 속도감>

마술이라는 것이 원리는 간단하지만 그것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느냐로 기술적 능력을 평가하는데, 위 동영상에서 보듯 이은결씨의 매니플레이션을 보고 있으면 그냥 손을 앞으로 뻗는 것과, 비둘기가 나오면서 손을 뻗는 것과, 카드가 나오면서 손을 뻗는 것과,  그 차이를 거의 알 수가 없습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 역시 2부 처음에 시작하는 FISM Act를 보니 기술적 측면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2. 구조

공연에서의 구조라고 할 때는 긴장감의 유지, 완급, 드라마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Illusion 공연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구조 속에서는 긴장감, 드라마성, 완급이 잘 조절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일루젼’ 이라는 타이틀보다는 매직 콘서트에 더 어울리는 구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루젼하면 생각나는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그 유명한) Fly>

이은결씨가 처음에 마술을 시작하고, 그 이후에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공연에 담을려고 했던 것 같은데, 각 공연파트 간의 연결성은 조금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마술을 분류할 때 그 규모에 따라 클로즈업 – 팔러 - 스테이지 – 일루젼으로 보통 구분을 하는데, 이번 공연은 클로즈업을 제외하고 팔러와 스테이지, 일루젼이 각각 섞여있는 공연입니다. 때문에 처음에 이은결의 일루젼이라는 타이틀을 보았을 때는 사실 규모가 아주 큰 일루젼의 의미보다는 그의 특기인 카드매니플레이션처럼 보고도 밎지 못하는, 일종의 ‘허상’이라는 컨셉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타이틀과 전반적인 공연의 구성은 조금 동떨어진 감이 있었던 것 같네요.

 

3. 작풍

이번 공연을 하나의 예술로 간주한다면 이은결의 작풍은 일종의 ‘이은결스러움’이자 그가 창출한 마술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군대가지 전, 이은결스럽다는 말은 간단히 “정신없이 보여주다 정신없이 놀래키는 마술” 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정신없다는 의미는 청중이 생각하는 속도보다 마술을 구현하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또는 그렇게 보여주다 보니) 청중은 Trick을 논리적으로 파해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이은결 스타일의 마술은 사실 해외 마술사들에게는 많이 보지 못했고, 이은결, 최현우, 이 분들이 주도해나간 스타일인데 2000년대 초반, 많은 마술 동아리들에게 영향을 주었죠. “제가가지고있는카드는앞도이상이없고뒤에도이상이없는평범한카드입니다여기서카드한장을고르는마술을할텐데요” 를 한마디처럼 하면서 카드를 섞는 Suffle 기술 4,5가지가 한번에 들어가는 형식이지요. 보면 참 정신없고 재미있습니다 : )

이번 공연 역시 ‘이은결스러운’ 일루젼 무대가 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로 시간을 이동하는 마술등이 있었는데 워낙 다양한 마술들이 정신없이 펼쳐지다보니 정말 ‘멍’ 하고 보게 되더군요.

물론 이은결스러움의 한 축인 유머코드도 마술7080(?) 에서 잘 보여주었지요. 사실 스테이지 수준의 마술을 해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소위 88년도 마술을 비트는 것이 정말 대단한 재미가 있었죠. 일종의 마술 Classic 이라 할 수 있는 링, 아쿠아슬러쉬, 신문찢기 등을 조금씩 비트는 것은 참 기발한 아이디어들이었습니다.

 

4. 발상과 목적

한국 마술은 크게 2기로 나누어집니다. 이은결이 있었을 때, 이은결이 없었을 때. 물론 초기에 오은영 마술사가 공헌한 바도 있지만 마술을 일종의 대중문화로 이끌어 낸 것은 이은결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이은결로 대중화된 마술은 다시 이은결이 군대에 가면서 다시 잠잠해 지기 시작했지요.

군 복무를 마친 이은결에게 이번 일루젼 공연은 한국 마술이 발전해 나아가야하는 방향성을 제시해야하는 굉장히 중요한 공연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으로 이은결은 ‘감성’과 ‘스토리텔링’을 내세웠습니다. 그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규모와 화려함으로는 라스베가스를 이길 수 없고 우리들만의 마술을 창조하려면 결국 감성이 필요하는 말을 했었지요. 이렇듯 이번 무대는 감성과 감성을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국 마술의 발전방향을 제시한다는 목적이 있었겠지요.

이 측면에서 이번 공연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몇몇 파트들은 독창적이고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어떤 공연들은 표현의 참신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옛날의 사진을 보여주고 말로 할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이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세련된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토이스토리3 – 이별을 표현한 가장 세련된 영화>

 

그럼에도 이번 공연은 한국 마술이 발전해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여담

아직 이은결씨가 젊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봅니다. 이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마이클애머와 같이 한 분야를 집대성하거나 이은결표 마술을 만들어내야 할텐데, 기본적으로 데이비드 블레인과 같이 특정한 포지션을 만들어내며 그 분야의 대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데이비드 블레인의 (그 유명한;;) Levitation - 놀라운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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