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Thinking@me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제목은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감독은 뱅크시.




뱅크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폴스미스 전시회에서였는데 작품 자체가 인상적이기도 했고, 뱅크시라는 사람(혹은 집단?)이 하고 다니는 일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자신의 패러디 작품을 대영박물관, 루브르 등에 몰래 붙여 놓지만 몇 달동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함) 그 뒤로 계속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반달리즘이라고도 불리는 뱅크시의 작품은 아이러니 하게도 미술계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그러한 역설에 대한 뱅크시의 해명이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 장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작품>

 
다큐멘터리의 주요한 내용은 스트리트 아트를 촬영하기 좋아하는 주인공(Mr. brainwash)이 예술가로서 성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스트리트 아트의 즉시성과 독립성, 반체계성이 아닌 대규모 투자, 언론홍보, 스캔들과 같은 자본주의 공식에 따라 자신의 첫 전시회를 성공시켜 버립니다. 자본주의적 방식을 통한 스트리트 아트의 성공을 보여주면서 뱅크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죠.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 자체가 예술활동일 것입니다. 뒤샹이 제시한 변기(샘, 1917)이나 앤디워홀이 제시하는 깡통(캠벨수프, 1965) 와 같은 대답처럼 '자본주의적 방식의 아이러니한 스트리트아트' 는 주인공, Mr. brainwash의 대답입니다. 예술의 '실체'가 있고 이에 대한 '해석' 이 있다면 Mr. brainwash의 작품은 실체는 없지만 미디어에 의해 확대된 대중의 열광만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를 예술이라고 규정짓지 않을 순 없고 뱅크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뒤샹의 샘.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린 작품>



아이러니하게도 Mr.Brainwash의 성공 후 뱅크시는 스트리트 아트의 기득권 층이 되어버리는 모습입니다. 뱅크시가 스트리트 아트를 정의했다면 주인공은 그러한 규정을 다시 파괴해 버린 것이죠. 뱅크시가 Mr. brainwash의 작품을 엉터리라고 말할 때에는 엉터리가 아닌 '실체'가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고 뱅크시 자신은 그러한 실체라는 주장을 내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체'라는 것에 대한 조롱인 스트리트 아트가 새로운 '실체'가 되어버린 듯한 모습니다.

<Mr.brainwash가 만든 마돈나의 앨범커버>

 
기득권층에게 뒤통수를 치는 뱅크시의 뒤통수를 치는 Mr. brainwash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뱅크시가 제작한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예술적 견해를 쓰레기로 치부해버리지 않고 하나의 예술로 인정하는 대인배스러움을 보여주죠. 옮음과 틀림을 정의하기 보다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는 사고방식이 참 안상깊습니다. 물론 예술영역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방식이 보다 자유롭긴 합니다만.


나름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지만 영화 자체는 재미있고 흡입력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뱅크시의 첫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상도 재미있고 감각적으로 잘 만드네요.

 
현대예술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은 권하고 싶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뱅크시 얼굴을 볼 수 있는건가,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뱅크시 얼굴은 안나옵니다.
 사실 막상 보여주면 싱거울 듯 합니다만. : )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제목은 참 재미있습니다. 선물가게가 미술의 자본적 속성을 대표하지만, 대중은 선물가게를 이미 미술관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지요. 이제는 선물가게 자체도 예술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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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천재소녀 2011/09/19 09:30 # 답글

    실체와 해석이 아니라 미디어의 확대된 열광이라는 부분이 와닿네요!
    마지막에 이런 다큐를 다시는 만들지 않을 거라는 뱅크시의 한마디가 관객들을 또 빵터지게 만들었어요. 어쩐지 좀 꽁한 모습이 귀엽고..ㅋㅋㅋ
  • asteray 2011/09/19 18:57 #

    네 뱅크시.. 시크하면서도 계속 시크합니다. ㅎ
  • James 2011/09/19 13:08 # 답글

    Mr. Brainwash의 저런 점을 마돈나도 알고 있었을까요?
    저에게는 이제 뱅크시의 실제 얼굴이 어떤가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네요.

    스페이스 인베이더 마음도 참..^^;
  • asteray 2011/09/19 18:57 #

    마지막 인터뷰 장면이 재미있죠. 다들 한 대 맞은 듯 한.. : )
  • 젯슨퐉 2011/09/19 13:56 # 답글

    영국 서점에는 뱅크시 그림들의 위치가 있는 책(가이드북?)이 있다지요.ㅎㅎ

    뱅크시 혹은 스트리트 아트도 결국 정반합이라는 인과 속에 하나 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와서 한번 싸질러 주고 갔음 좋겠네요.ㅋㅋ
  • asteray 2011/09/19 18:58 #

    뱅크시라도 불구속입건될 수 있기 때문에.. http://blog.daum.net/true7/15857584 (G20 포스터에 '쥐' 그렸다고 구속영장)
  • 젯슨퐉 2011/09/20 00:21 #

    그 뉴스 보자마자 실소를 터트렸지요...
    아...우리나라는 아직은 이 정도의 풍자는 받아들일수 없는 사회구나..
    라고 느꼈습니다..ㅎㅎㅎ

    어쨌든 뱅크시의 일련의 작품활동(?)은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 1250 2011/09/20 11:00 # 삭제

    뱅크시도 첨엔 범법자의 위치에 있었고, 그가 그린 그림은 이내 지워지는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그림이 대중에 인기를 끌고 대중이 지방정부의 탄압(?)에 불만을 터트리는 등 그의 영향력이 커지자
    지방 정부가 그를 인정하고 그의 그림을 보호한 것이죠.

  • Equipoise 2011/09/19 15:29 # 답글

    ? 이거 극장에서 아직도 하고있나요? 상영관이 너무 적어서 못봤는데
  • asteray 2011/09/19 18:59 #

    아직 하고 있더라구요. 다만 상영관과 상영시간이 제한적입니다~
  • _ 2011/09/19 17:21 # 삭제 답글

    재밌게 읽고갑니다. 글을 읽으니 영화가 보고싶어집니다!
  • asteray 2011/09/19 18:59 #

    네 시간 나실 때 보세요. 유쾌한 영화입니다
  • s w e e t 2011/09/19 20:05 # 답글

    저번에 양과자점 코안도르를 보고나서 이 영화 포스터가 있길래 꼭 봐야겠다 !하고는 못봤는데,
    아직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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