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슈타이들전 일상의 소소한 모험

슈타이들전이 일주인 남긴 10월의 첫째주.

와우북 페스티벌에서의 업무를 일찍 마치고 대림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좋은 기획전을 많이 만들어 요새는 Hot Place 중의 하나인 대림미술관. 올해 11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바로 근처 삼청동에 오픈하므로 경복궁 일대는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장소가 되겠네요.


불꽃놀이와 각종 대학 수시등으로 막힌 길을 뚫고 도착한 대림미술관. 예상만큼은 아니었지만 기대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을의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대림미술관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대림미술관의 전시는 미디어아트나 고전미술처럼 한 쪽에 치우쳐져 있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서적(슈타이들), 패션(칼 라거펠트, 폴 스미스), 의자(핀율)과 같은 소재로 기획전을 진행하는 기획전이라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잘 포지셔닝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 열정적인 마케팅까지..




"책은 작품을 담는 그릇이 된다."


책에 대한 슈타이들의 철학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작가들의 생각(Contents)를 담은, 책이라는 미디어(Medium)라는 의미에서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컨텐츠를 담는 그릇 자체에 대한 열정과 집찹이 지금의 슈타이들을 만든 것이겠지요.


특히 '무엇을 담느냐'를 넘어 '어디에 담느냐'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2000년도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컨텐츠가 아닌 미디어만으로도 온건히 전시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미디어가 '책'이라는 가장 전통적인 매체라는 점은 재미있게 다가오네요.



전시회의 의미를 접어놓고 전시회의 형태만을 생각해 볼 때도 흥미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의 적극적인 개입(engagement)을 이끌 수 있도록 고안한 몇 가지 장치들 - 책의 재질을 만질 수 있는 공간이나 배치들은 훌륭했습니다.


슈타이들의 의견도 있었겠지만 책은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사용하여 체험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단순한 전시물만을 배치해 놓았더라면 이번 슈타이들전은 반 쪽짜리가 되었겠지요.




전시회를 잘 구성했다고 생각하는 또다른 이유는

책이라는 매체만을 강조했을 경우 자칫 지루해지거나 책이 가지는 물질적인 의미만을 담을 수 밖에 없었을텐데

칼 라거펠트, 짐 다인, 권터 글라스 등 다양한 작가/아트디렉터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컨텐츠를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칼 라거펠트, 권터 글라스의 소규모 전시회라고 할 수 있을만큼 좋은 컨텐츠들이 많았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한 작가가 만든 바로 아래의 작품은 특히 기억에 남는데

자신이 사는 곳에는 사진전을 열 만큼의 시설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책을 펼쳤을 때

하나의 사진전이 될 수 있도록 고안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력을 엿볼 수 있었네요.




꼭 출판에 관심이 있거나, 패션에 관심이 있거나,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사진에 관심이 있지 않아도

흥미로운 분야를 찾을 수 있었던 대림미술관의 슈타이들전.


큐레이션할 수 있는 공간적 제약이나 주제의 시대적 제약(아직도 살아 계신..)을 감안했을 때

'깊이 보다는 넓이' 라는 취지를 잘 살린 전시회입니다.


미술관에서의 마지막 컷은 당연히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미술관을 나와 마주친 파란 하늘과 듬직한 경복궁.

한낮의 가을과 잘 어울렸던 하루네요.



덧글

  • 베뤼 2013/10/10 14:40 # 답글

    전시 설명해주는 도슨트들 복장 귀엽지 않았나요? 슈타이들의 작업복을 코스프레한...ㅎㅎ
    큐레이팅도 훌륭했고, 마케팅에 공들인 거에 걸맞게 좋은 전시였어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ㅋㅋㅋ 이 영화를 보셨군요.
    뱅크시랑 그 이상한 루저 아저씨나오는.
  • asteray 2013/10/10 21:39 #

    도슨트는 이번 주말에 진행하지 않더라구요.

    그 루저 아저씨는 이제 꽤 성공한 아저씨가 되어버린 아이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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