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밀 - 밤이 지나간다(편혜영) Et Cetra

편혜영 작가님의 단편집 '밤이 지나간다'.



 

지상으로 올라온 밤의 이야기들

아오이가든이 깊숙한 지하에서 펼친 지옥도였다면 이번 단편집은 지상으로 올라온 밤의 이야기입니다.

아오이가든 같은 시각적 충격이 없어도 편혜영 작가님의 작품들은 지상에서조차 항상 서늘합니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깨닫는 데에서 오는 공포 때문일 것입니다.


실수가 비밀을, 비밀이 인생을 만드는 이야기들. (비밀의 호의, 해물 1킬로그램)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우리들 누구나 비밀이 있습니다. 비밀은 인간의 가장 진실된 모습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잊고 싶은 비밀이야말로 자신의 가장 진실된 모습입니다.

그리고 비밀은 우리의 실존을 증명합니다.


모든 사람의 삶은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모두 함께 걷는 중이지만,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는 발자국은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정체성이 됩니다. (조연정)

'아무리 되돌아봐도 일생을 통틀어 지킬 만한 비밀이 없는 시시한 인생이라는 것이 그녀가 가진 유일한 비밀' 이라는 것을 깨닫고 삶의 수치를 느끼는 대목이 있듯이 비밀이 없는 삶이란 자신의 삶이 없는 삶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비밀 보여주기

편혜영 작가의 이야기에서 '희망' 이라는 단어는 마치 세상의 '구원' 처럼 거대하게 다가옵니다.

이전까지의 작품에서 가장 희망적인 이야기라고 해봐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삶의 모서리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는 정도지요.

하지만 이 단편집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 '가장 처음의 일' 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비밀은 쉽게 알려집니다. 비밀이 드러나 자신의 온 몸이 날 것으로 내보이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실행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일탈의 순간이 동일성의 지옥(김형중)으로 표현되는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의 삶은 어디로 가는가?' 이라는 질문은 '죽음' 이라는 한 가지 대답밖에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비밀을 갖고 싶은가?'

우리들의 동일하고 일관되며 무차별적인 삶을 조금은 일탈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비밀.


당신은 어떤 비밀을 갖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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